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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화교육의 핵심은 평화교육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교육자가 하는 일이다
  • 2015-03-17
올 5월에 개최되는 세계교육포럼 의제 중 하나인 ‘세계시민교육 강화’와 관련된 ‘평화교육’을 살펴보기 위해 평화교육 전문가인 토 스위힌 박사(Toh Swee-Hin)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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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께서는 학부 때 이공계열에서 화학과 교육을 전공하시고 말레이시아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계셨습니다. 지금 하시는 일과는 조금 다른데 어떻게 평화와 문화간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교육 발전과 국제이해교육에 헌신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이공계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제가 학교에서 과학과 수학을 잘했기 때문이고 호주에서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그 당시에 베트남 전쟁이 이어졌고 호주에서는 반전 운동이 일어나 많은 대학생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저는 여러 토론회에 참여하며 베트남 전쟁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으며 50,000명의 미군들을 비롯하여 베트남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의미 없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저는 화학과 연구실 밖으로 나와 사회 운동과 군비축소 교육에 처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제가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였을 때, 저는 1970년대에는 아직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환경 운동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화학과 생물을 가르치던 학생들이 환경 프로젝트들에 참여할 수 있게 하여 6번째 반이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학교 과학 전시회에서 ‘말라카 강 오염 프로젝트’로 결승에 진출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과학을 공부하고 과학 선생님이 되었지만 사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석사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이공계에서 사회 과학으로 전공을 바꿨습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세계와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과학을 바탕으로는 제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아이디어를 접하기 어려웠습니다.
 
박사님께서 익숙하셨던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가는 것이 어려웠나요?

제가 해온 공부가 과학, 생물과 수학 밖에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과학에서 다른 분야로 바꾸는 것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석사 과정을 시작할 때 사회학, 교육, 개발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인문대학이나 사회과학 대학을 졸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읽을 것과 이해할 것이 많지만 노력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과학 분야의 다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 토론에 참여할 수 있고 교실 내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저에게 공부는 절대 전공 서적이 아니었습니다.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캐나다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을 때 대학교 캠퍼스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국제 캠페인 중심으로 사회 운동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망설임 없이 이 운동에 참여하였습니다.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간 겨울날 슈퍼마켓과 와인가게 앞에서 이 가게들의 남아프리카공화국산 포도, 와인과 다른 상품 구매를 반대하는 비폭력 운동을 했던 것이 생각이 나네요. 이를 통해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과 연대감을 표현하는 것의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이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과학도인 저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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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께서는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셔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 호주와 캐나다에서 공부하시고 지금은 코스타리카에서 가르치고 계십니다. 베트남 전쟁과 반 인종차별 운동이 일어나던 시기에 호주와 캐나다에서 박사님의 경험들이 그 후 관심사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은데, 해외 여행이 문화적 차이 극복과 그 차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것이 필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출신 국가와 문화 밖의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해외에 나갔을 때 태도와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업적인 관광은 요즘 큰 비즈니스가 되어 사람들은 디즈니랜드와 많은 관광지를 찾아 세계를 여행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광을 통해 정말 다른 문화를 이해하거나 그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다른 활동을 하는 대안 관광(alternative tourism)이 있습니다. 이런 관광을 통해 다른 사람들, 평화, 인권, 개발, 문화 간 이해, 종교 간 이해를 진정으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갖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상에는 해외에 갈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이들은 이미 자신의 지역사회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경험에 요구되는 태도를 유지할 때만이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자국의 문화에서 벗어났을 때 만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오랜 시간 경험을 쌓아오시면서 국제이해교육이나 평화교육에 대한 의식이나 노력이 증대되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교육에 대해 언급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보편적 초등 교육의 새천년개발목표(MDG)를 생각하고, 평화를 언급하면 이를 바로 교육과 연관시켜 생각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이러한 의식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평화교육을 실시할 때 이를 평화교육이라고 부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글로벌하게 사고하고 비폭력, 공감, 사회 정의, 문화 간 존중,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와 같은 가치와 태도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입니다. 성평등과 인권도 여러 형태가 있듯이 평화교육 역시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집니다. 요즘은 환경 문제-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중요한 부분들입니다. 학교를 생각하면 우리는 요즘 창의적인 갈등 해소 방안을 통해 집단 따돌림 방지 그리고 교내 비폭력을 장려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미디어와 비디오 게임은 가끔 폭력을 야기하여 교육자들은 어린 연령층의 학습자부터 비폭력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평화교육은 다차원적이고 포괄적인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평화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육자로서 그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집니다. 선생님 또는 부모로서 그들이 비차별과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세계,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권리를 억압받지 않는, 평화로운 세계를 사람들이 만들 수 있도록 그들의 역할을 하는지를 생각합니다. 우리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평화교육이라는 과목을 보지 못하더라도 이는 우려할 일은 아닙니다. 저는 사람들이 학교에서 여러 과목들을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만약 사람들이 오직 부의 축적에만 집중하고 성공을 위해서만 공부한다면 매우 탐욕적이고 부도덕하며, 심지어 타락하게 됩니다. 요즘 기술, 생산성과 성장에 대한 강조로 가치 교육이 경시되기도 합니다. 성장을 위한 성장과 과소비는 세계를 재앙으로 몰아넣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하나의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원칙에 따라 지속 가능하도록 자원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활동은 지구를 파괴하고 미래 세대의 생존은 위험에 처할 것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제가 교육 받았던 싱가포르에는 '도덕 교육'이라는 과목이 있었지만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들을 가르쳤습니다.

가끔 이런 '도덕 교육'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가치와 도덕, 윤리를 가르치면 일상생활에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이를 어떻게 행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저 가르치고 시험만 보면 시험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지구와 다른 사람들과 연계하여 비판적으로 자기변혁을 하지 않으면 교육은 기계적인 것이 됩니다. 많은 국가들이 도덕과 가치 교육을 장려하였지만 이는 학생과 선생님들이 자신을 더 깊이 파악하는 데 꼭 도움이 되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평화교육은 무엇을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의미합니다. 교사들은 자신도 인간이고 학생들에게 자신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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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으신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나요? 예를 들어 필리핀의 민다나오는 오랜 분쟁의 역사로 유명한데 이곳에 박사님의 아이디어를 전하는 것은 특별히 어려웠나요? 이러한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동기부여 요소는 무엇이고 긴 시간 동안 이 일을 계속하실 수 있었던 동기는 무엇인가요?
 
민다나오가 아니더라도 심지어 캐나다, 호주 또는 현재 코스타리카에서도 성장, 소비, 경쟁이라는 지배적인 패러다임 속에 사회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시스템이 있고 대부분의 세계가 놓여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무장 분쟁, 전쟁, 파괴로 이어집니다. 지배적인 패러다임에서 다른 패러다임으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절망해서는 안됩니다.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 너무 조급해하면 평온을 잃거나 심지어 분노에 이를 수 있습니다. 평화교육에서는 차분함과 명상을 강조하며 마음의 평화를 함양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갈등 상황 속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지배적인 시스템 속에서는 권력을 가진 개인, 집단, 조직들이 있고 이들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 반걸음 뒤로 물러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간디주의 관점이나 비폭력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더 지속 가능한 것입니다.
 
세계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사람들은 그들 내면으로부터 변해야 합니다. 개인을 바꾸지 않고 시스템만 바꾼다면 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법이 제정되더라도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법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로부터 변화한다면 당신은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합니다. 내적 평화를 함양하는 것은 평화교육의 중요한 부분이고 우리는 사람들이 정신성(spirituality)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이를 커리큘럼에 포함시킵니다. 평화교육에서 전문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학생들은 많은 경험과 희망을 주며 우리를 새롭게 하기 위한 동기부여에도 도움을 줍니다.

 
= 인터뷰어 Yung Hian NG (APCEIU 서포터즈 3기, 싱가포르인)

 
 
토 스위힌(Toh Swee-Hin) 박사는 코스타리카의 유엔평화대학 석좌교수이며 우간다, 남아공, 자메이카, 일본, 미국과 필리핀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평화의 문화를 위한 교육 분야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는 평화교육, 평화 유지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유네스코 평화교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